와이파이7이 6E보다 빠른 이유는 두 가지뿐이다. 한 채널이 쓰는 주파수 폭이 160MHz에서 320MHz로 두 배가 됐고, 그 위에 실어 보내는 신호 하나가 10비트에서 12비트로 1.2배가 됐다. 두 값을 곱하면 2.4배. 나머지는 전부 이 곱셈의 각주다.

공개된 표준 문서와 국내 기술기준을 기준으로 보면, 문제는 이 2.4배가 조건부라는 데 있다. 12비트 변조는 신호 대 잡음비가 42dB는 나와야 켜지고, 320MHz 채널은 6GHz 대역에서만 만들어진다. 두 조건을 다 못 맞추면 와이파이7 공유기도 6E와 같은 속도로 돈다.

아파트 복도 벽면 랜 포트와 케이블 클로즈업

2.4배는 어디서 나오나 — 곱셈 두 번

시스코 메라키의 802.11be 기술 문서는 두 세대의 차이를 숫자 두 개로 정리한다. 와이파이7의 4096-QAM은 서브캐리어 하나에 12비트를 싣고, 와이파이6의 1024-QAM은 10비트를 싣는다. 12÷10 = 1.2배다. 여기에 채널 폭 320MHz ÷ 160MHz = 2배가 곱해진다.

한편 과기정통부는 와이파이7의 규격 최대 속도를 46Gbps, 와이파이6를 9.6Gbps로 제시하며 약 4.8배라고 밝혔다. 4.8배와 2.4배 사이의 간극이 어디서 오는지가 이 글의 첫 번째 계산이다. 46 ÷ 9.6 = 4.79배이고, 채널 폭과 변조에서 얻는 몫이 2.4배이니 나머지는 4.79 ÷ 2.4 = 2.0배. 이 2배는 동시에 쏘는 공간 스트림 수를 두 배로 늘려 얻는 값이다.

항목와이파이 6·6E와이파이 7배수
규격 최대 채널 폭160MHz320MHz2.0배
서브캐리어당 비트 수10비트(1024-QAM)12비트(4096-QAM)1.2배
채널 폭 × 변조만의 이득기준2.4배
규격 최대 이론 속도9.6Gbps46Gbps4.8배
남는 2.0배의 출처기준공간 스트림 수 2배2.0배
변조에 필요한 SNR약 31dB약 42dB+11dB

여기서 갈리는 게 있다. 스트림 수를 두 배로 쓰려면 공유기와 단말 양쪽에 그만큼의 안테나 체인이 있어야 한다. 스마트폰과 노트북은 크기·전력 제약 때문에 안테나 수를 규격 최대치까지 올리지 않는다. 그래서 손에 쥐는 기기 입장에서 실제로 기대할 수 있는 개선폭은 4.8배가 아니라 앞의 2.4배 쪽에 가깝다.

320MHz도 4096-QAM도 조건부 기능이다. 조건을 못 맞추면 와이파이7 공유기는 6E 속도로 돈다.

4096-QAM은 언제 켜지나 — 42dB의 벽

이 글에서 가장 실용적인 숫자는 SNR이다. 메라키 문서는 4K-QAM이 최대 20%의 전송률 향상을 준다고 하면서, 동시에 42dB에 가까운 매우 높은 SNR을 요구한다고 명시한다. 와이파이6의 1024-QAM은 31dB면 된다. 11dB 차이는 작아 보이지만 dB는 로그 눈금이다. 10dB가 전력 10배 차이이므로, 11dB는 잡음 대비 신호 세기를 12배 이상 확보해야 한다는 뜻이 된다.

가정에서 42dB가 나오는 구간은 넓지 않다. 공유기와 같은 방, 그것도 벽이나 가구가 끼지 않은 직선 거리에서나 성립한다. 방 하나를 건너가면 SNR은 급격히 떨어지고, 그 순간 링크는 자동으로 낮은 변조 단계로 내려간다. 4096-QAM이 꺼지는 것이다. 스펙 시트의 최고 속도가 거실 한복판에서만 유효한 숫자인 이유다.

이 구조는 유선 규격과 대비된다. USB4·썬더볼트5가 레인 수로 대역폭을 늘리는 방식은 케이블이 규격을 만족하는 한 거리와 무관하게 성립하지만, 무선은 매 순간 전파 환경이 변조 단계를 다시 정한다. 같은 공유기, 같은 단말이라도 위치에 따라 실효 속도가 몇 배씩 벌어진다.

거실 전체 공간과 구석에 놓인 공유기

320MHz 채널은 6GHz에 몇 개나 들어가나

320MHz 채널은 2.4GHz나 5GHz에서는 만들 수 없다. 대역 자체가 그만큼 넓지 않다. 메라키 문서는 6GHz 대역에 1200MHz의 주파수 공간이 있어 320MHz 채널 3개를 확보할 수 있다고 적었다. 1200을 320으로 나누면 3.75이니 실제로는 3개다.

같은 1200MHz를 채널 폭별로 나눠보면 무엇을 포기하는지가 보인다.

채널 폭1200MHz에서 나오는 채널 수남는 주파수(MHz)겹치지 않게 쓸 수 있는 이웃 수
80MHz15개0많음
160MHz7개80보통
320MHz3개240적음

아파트처럼 이웃집 공유기가 촘촘히 겹치는 환경에서 320MHz를 켜면, 쓸 수 있는 채널이 3개로 줄어 충돌 확률이 올라간다. 넓은 채널이 항상 빠른 게 아니라는 뜻이다. 메라키 문서는 미국 기준 스탠더드 파워 모드에서는 320MHz 채널이 1개, 캐나다에서는 2개로 더 제한된다고도 적고 있다. 채널 폭 설정은 속도와 간섭 사이의 교환이다.

MLO는 속도보다 끊김을 줄이는 기능이다

와이파이7의 세 번째 축인 MLO(Multi Link Operation)는 단말이 2.4GHz·5GHz·6GHz를 동시에 쓸 수 있게 한다고 과기정통부는 설명했다. 메라키 문서는 구현 형태를 두 가지로 나눈다 — 무선 체인을 여러 개 두고 동시에 송수신하는 MLMR-STR, 그리고 라디오는 하나지만 링크를 빠르게 갈아타는 EMLSR이다.

이름은 비슷해도 성격이 다르다. 앞쪽은 실제로 대역을 합쳐 대역폭을 늘리고, 뒤쪽은 혼잡하지 않은 링크로 옮겨 타 지연과 끊김을 줄인다. 배터리 제약이 큰 스마트폰 쪽에서는 후자가 흔하다. 즉 MLO를 지원한다는 표기만으로는 속도가 합산되는지 알 수 없고, 어떤 방식인지까지 확인해야 한다. 최고 속도 숫자보다 화상회의·게임에서의 지연 안정성에 먼저 반영되는 기능으로 보는 편이 실제에 가깝다.

소파에서 태블릿을 든 20대 여성

국내에서 지금 되는 것과 안 되는 것

한국은 6GHz 개방이 이른 편이었다. 2020년 10월 과기정통부가 5925~7125MHz 구간 1.2GHz 폭을 비면허 대역으로 열었고, 아시아 최초 사례로 기록됐다. 다만 이 대역은 원칙적으로 실내 이용이며, 테더링 같은 기기 간 직접 연결에 한해 5925~6455MHz 구간이 실내외 모두 허용됐다.

채널 폭은 그 뒤에 열렸다. 기존 기술기준은 6GHz에서 160MHz까지만 허용했고, 과기정통부는 채널당 대역폭을 320MHz로 확대하는 기술기준 개정을 2024년 상반기 목표로 추진했다. 320MHz 표기가 있는 국내 판매 공유기는 이 개정 이후 제품이다.

출력 제한도 완화됐다. 2026년 2월 10일부터 6GHz 일부 대역의 실내 출력이 0.5W에서 1W로 상향됐다. 출력이 두 배면 같은 지점에서 받는 신호가 강해지고, 앞서 본 42dB 조건을 만족하는 구간이 조금 넓어진다. 4096-QAM이 켜지는 범위가 방 하나만큼 늘어나는 셈이다. 다만 이는 공유기 쪽 송신 출력이며, 단말이 되돌려 보내는 신호까지 세지는 것은 아니다.

공유기 안테나 커넥터와 랜 포트 매크로 컷

이런 사람에게 맞고, 이런 경우는 기다려도 된다

공개된 스펙 기준으로 정리하면 선택 기준은 단순하다.

  • 맞는 경우 — 인터넷 회선이 이미 1Gbps를 넘고, 공유기와 같은 방에서 쓰는 6GHz 지원 단말이 있으며, NAS나 유선 백본으로 기기 간 대용량 전송을 하는 환경. 320MHz와 4K QAM이 동시에 켜질 조건이 갖춰진다.
  • 기다려도 되는 경우 — 회선이 500Mbps 이하이거나, 쓰는 기기가 6GHz를 지원하지 않는 경우. 이때 와이파이7 공유기는 5GHz에서 6E와 사실상 같은 링크로 동작한다.
  • 애매한 경우 — 방이 여러 개인 넓은 집. 벽을 하나만 건너도 42dB가 무너지므로, 같은 예산이면 상위 규격 한 대보다 6E 메시 두 대 구성이 실효 속도에서 앞설 수 있다.

공유기 스펙표를 볼 때 확인할 항목도 세 가지로 줄어든다. ① 6GHz 라디오가 있는지(없으면 320MHz는 불가능), ② MLO가 동시 송수신 방식인지 링크 전환 방식인지, ③ 유선 포트가 2.5Gbps 이상인지. 세 번째가 빠지면 무선에서 아무리 속도가 나와도 규격 대역폭이 병목으로 되돌아오는 구조가 그대로 반복된다.

참고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