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파이7이 와이파이6E보다 빠른 이유는 두 가지 곱셈이다. 6GHz 대역에서 채널폭이 160MHz에서 320MHz로 두 배가 되고, 변조 방식이 1024-QAM에서 4096-QAM으로 올라가면서 심볼당 비트가 10비트에서 12비트로 1.2배가 된다. 2 곱하기 1.2는 2.4다. 넷기어가 밝힌 같은 라디오 구성에서 와이파이7이 2.4배 빠르다는 수치는 이 곱셈의 결과다. 공개된 규격 기준으로 두 표준의 간격은 여기서 거의 다 설명된다.

아파트 복도 천장에 설치된 무선 액세스포인트

320MHz는 6GHz에서만 쓰인다

320MHz 채널은 6GHz 대역 전용이다. 2.4GHz와 5GHz는 대역 자체가 좁아 320MHz를 담을 자리가 없다. 그래서 6GHz를 쓸 수 없는 환경이면 와이파이7 공유기를 놓아도 채널폭에서 오는 이득은 사라지고, 남는 건 4K-QAM에서 오는 1.2배뿐이다.

국내에서는 이 조건이 이미 갖춰져 있다. 과기정통부는 2020년부터 6GHz 대역 1200MHz 폭의 주파수 재조정을 시작해 2024년 4월 마무리했고, 채널당 대역폭을 320MHz로 넓히는 기술기준 고시 개정도 2024년 5월 말 끝냈다. 당시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6GHz 대역 주파수를 활용할 여건이 모두 조성돼 제품 출시와 운용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국내 시장에 지원 제품이 들어오기 시작한 시점도 그해 4분기로 예상됐다.

속도 2.4배는 어디서 나온 숫자인가

공개된 규격값을 항목별로 나눠 배수를 직접 곱해보면 마케팅 문구의 출처가 드러난다.

항목와이파이6E와이파이7배수
최대 채널폭 (6GHz)160MHz320MHz2.00배
변조 차수1024-QAM4096-QAM
심볼당 비트10비트12비트1.20배
채널폭 × 변조 합계기준2.40배
규격 최대 속도9.6Gbps46Gbps4.79배

마지막 행이 앞 행들과 어긋나는 것처럼 보이는데, 배수가 커진 만큼 다른 항목이 함께 늘어난 결과다. 넷기어는 와이파이7의 규격 최대 속도를 46Gbps로 제시하고, 티피링크는 320MHz 채널폭으로 와이파이6 대비 최대 4.8배 빠른 전송 속도를 든다. 46을 4.8로 나누면 9.58, 곧 9.6Gbps다. 두 회사가 서로 다른 문장으로 말한 숫자가 같은 기준값 위에 서 있다는 뜻이고, 4.8배와 2.4배의 차이는 안테나 스트림을 두 배로 늘렸을 때를 함께 계산했는지 아닌지의 차이다.

규격 최대 속도는 채널폭·변조·스트림 수를 모두 최대로 올린 값이다. 셋 중 하나라도 내 장비가 못 따라가면 곱셈에서 그 항목은 1배로 내려앉는다.

분해한 공유기 내부 기판과 안테나 배선 클로즈업

46Gbps가 방 안에서 나오지 않는 이유

46Gbps는 공유기 한 대가 최대 구성으로 동작할 때의 이론값이지, 노트북 한 대가 받는 속도가 아니다. 이 숫자를 나누는 조건이 세 개 있다.

첫째는 스트림 수다. 규격 최대는 안테나를 최대 개수로 동시에 쓸 때인데, 노트북·스마트폰의 무선 카드는 대부분 2스트림이다. 공유기가 16스트림을 지원해도 클라이언트가 2스트림이면 그 기기가 받는 몫은 규격 최대의 8분의 1 수준에서 출발한다.

둘째는 변조 유지 조건이다. 4096-QAM은 신호 대 잡음비가 아주 좋을 때만 성립한다. 벽 하나만 지나도 변조 차수가 내려가고, 그러면 1.2배 이득이 먼저 사라진다. 4K-QAM으로 얻는 폭이 약 20%로 소개되는 것도 같은 계산인데, 이 20%는 공유기 바로 옆에서만 유지된다고 보는 편이 안전하다.

셋째는 유선 구간이다. 무선이 아무리 넓어져도 공유기 뒤에 붙은 인터넷 회선과 LAN 포트가 1Gbps면 실제 전송은 거기서 막힌다. 규격 대역폭이 두 배가 돼도 체감이 안 나오는 구조는 SSD Gen4와 Gen5의 속도 2배가 체감되지 않는 조건과 같다. 병목이 다른 곳에 있으면 넓힌 쪽은 놀게 된다.

아파트에서 320MHz가 불리해지는 계산

국내 6GHz에 배정된 폭은 1200MHz다. 이 폭을 채널폭으로 나누면 이웃과 겹치지 않게 쓸 수 있는 채널 수가 나온다.

채널폭1200MHz ÷ 채널폭비중첩 채널 수 (개)이웃과 겹칠 확률
80MHz15.015낮음
160MHz7.57중간
320MHz3.753높음

320MHz를 쓰면 대역폭은 두 배가 되지만 겹치지 않을 자리는 3개로 줄어든다. 벽을 맞대고 수십 세대가 사는 아파트에서 이웃 여러 집이 같은 선택을 하면 채널이 겹치고, 겹친 채널은 서로 기다리며 쓰기 때문에 실효 속도가 도로 깎인다. 6GHz는 5GHz보다 벽 투과가 약해 옆집 신호가 덜 넘어온다는 점이 완충 역할을 하지만, 같은 층 인접 세대까지 막아주지는 않는다.

해질 무렵 서울 아파트 단지 외경 — 창마다 불이 켜진 고층동

MLO는 속도보다 안정성 쪽 기능이다

와이파이7의 세 번째 축인 MLO(Multi-Link Operation)는 기기 하나가 5GHz와 6GHz 같은 여러 대역에 동시에 연결을 유지하는 기능이다. 한쪽 대역이 혼잡해지면 다른 쪽으로 트래픽을 옮기거나 두 링크를 함께 쓴다. 티피링크는 이 구조로 지연이 최대 4배 낮아지고 네트워크 처리량이 5배 높아진다고 설명한다.

표기만 보면 속도 기능처럼 읽히지만, 실제로 달라지는 건 최고 속도보다 최저 속도 쪽이다. 화상회의 중 끊김, 게임의 순간 지연, 방을 옮길 때의 재접속 공백처럼 평균값에 잡히지 않는 구간이 MLO가 손대는 영역이다. 공개된 스펙 기준으로 판단하면, 최대 속도 숫자보다 MLO 지원 여부가 체감에 더 크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MLO는 공유기와 단말이 모두 와이파이7이어야 성립한다.

지금 살 사람, 기다려도 되는 사람

기다려도 되는 쪽은 인터넷 회선이 1Gbps 이하이고 집에 6GHz 지원 단말이 없는 경우다. 이 조건에서는 320MHz도 MLO도 발동하지 않아 와이파이6E 공유기와 실질 차이를 만들기 어렵다. 5GHz 160MHz를 제대로 쓰는 6E 제품이 가격 대비로 앞선다.

거실 TV장 뒤로 손을 넣어 공유기 케이블을 연결하는 20대 여성

지금 사도 되는 쪽은 세 가지가 겹치는 경우다. 회선이 2.5Gbps 이상이거나 공유기 간 무선 연결로 메시를 구성할 계획이 있고, 최근 산 스마트폰·노트북이 와이파이7을 지원하며, 집이 벽으로 잘게 나뉘어 대역 하나로는 커버가 안 되는 구조다. 이 경우 MLO의 이중 링크가 유선 백홀을 대신하는 역할을 한다. 구매 전 확인할 것은 제품 상자의 속도 표기가 아니라 6GHz 지원 여부, 320MHz 지원 여부, MLO 지원 여부, 그리고 내 단말이 그 셋을 받아줄 수 있는지 네 가지다.

참고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