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니터 스펙표에 적힌 1ms는 거의 예외 없이 GtG 값이고, 실제로 눈에 보이는 잔상의 길이를 정하는 것은 MPRT다. 두 값은 측정 대상 자체가 다르다. GtG는 픽셀 색이 바뀌는 데 걸리는 시간이고, MPRT는 바뀐 화면이 눈앞에 머무는 시간이다. 그래서 픽셀 전환이 사실상 즉각적인 패널에서도 잔상은 남는다.
공개된 측정 기준을 그대로 대입하면 잔상 길이를 픽셀 단위로 환산할 수 있다. 240Hz 모니터에서 초당 1,000픽셀 속도로 움직이는 화면의 잔상은 약 4.2픽셀. 같은 모니터의 스펙표에 적힌 1ms와는 네 배 차이가 난다.

GtG는 픽셀이 바뀌는 시간, MPRT는 픽셀이 보이는 시간
GtG(Gray to Gray)는 픽셀이 한 회색조에서 다른 회색조로 전환되는 데 걸리는 시간이다. 액정이 물리적으로 비틀리는 속도라 패널 종류와 구동 전압에 좌우된다. 패널별 특성 차이는 IPS·VA·TN·OLED 패널 비교에서 갈린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정리한 MPRT(동영상응답속도)는 측정 방식부터 다르다. 일정한 패턴을 화면에 띄워 일정 속도로 이동시키고, 그 장면을 카메라로 촬영해 이미지가 얼마나 끌리는지 분석한다. 픽셀 하나의 전환이 아니라 화면 전체의 움직임을 본다는 뜻이다.
결정적인 차이는 Blur Busters의 GtG·MPRT 정리에 나온다. 픽셀 전환이 완전히 즉각적이어서 GtG가 0ms라 해도, 한 프레임이 다음 프레임이 올 때까지 계속 켜져 있는 구조(sample-and-hold)라면 사람의 눈이 화면을 따라 움직이면서 스스로 잔상을 만든다. MPRT는 픽셀이 연속으로 보이는 시간이며, 실제 잔상은 GtG가 유한하기 때문에 이 이론값보다 더 나빠질 수 있다.
비유하면 GtG는 셔터가 열리고 닫히는 속도, MPRT는 노출 시간이다. 셔터가 아무리 빨라도 노출이 길면 사진은 흔들린다.
240Hz면 잔상이 몇 픽셀인가
Blur Busters가 정리한 규칙은 단순하다. 1ms의 지속시간은 초당 1,000픽셀로 움직이는 화면에서 1픽셀의 잔상을 만든다. 2ms면 2픽셀, 4ms면 4픽셀 안팎이다. 그리고 백라이트 스트로빙 같은 별도 기술이 없는 sample-and-hold 모니터라면 지속시간은 프레임 하나가 화면에 머무는 시간, 즉 주사율의 역수와 같다.
1초를 주사율로 나눈 값이 곧 이론상 MPRT이고, 그 숫자가 그대로 픽셀 잔상이 된다. 계산하면 이렇게 정리된다.
| 주사율(Hz) | 프레임 지속시간 = 이론 MPRT(ms) | 1,000px/s 이동 시 잔상(픽셀) | 60Hz 대비 잔상 |
|---|---|---|---|
| 60 | 16.7 | 16.7 | 기준 |
| 120 | 8.3 | 8.3 | 1/2 |
| 144 | 6.9 | 6.9 | 0.41배 |
| 240 | 4.2 | 4.2 | 1/4 |
| 360 | 2.8 | 2.8 | 1/6 |
| 480 | 2.1 | 2.1 | 1/8 |
표에서 두 가지가 드러난다. 첫째, 개선 폭이 급격히 줄어든다. 60Hz에서 120Hz로 갈 때 잔상은 8.4픽셀 줄지만, 144Hz에서 240Hz로 갈 때는 2.7픽셀, 240Hz에서 360Hz로 갈 때는 1.4픽셀만 줄어든다. 주사율을 두 배로 올리는 비용은 계속 커지는데 돌아오는 개선치는 절반씩 깎이는 구조다.
둘째, 스펙표의 1ms와 실제 잔상의 간극이다. GtG 1ms를 표기한 240Hz 모니터라도, 스트로빙을 쓰지 않으면 눈에 들어오는 잔상은 4.2픽셀 수준이다. 스펙 숫자와 체감 사이에 네 배의 거리가 있는 셈이다.

단, 이 표는 프레임레이트가 주사율을 따라올 때만 성립한다. 240Hz 모니터에 120fps만 들어오면 한 프레임이 두 번 표시되므로 지속시간은 8.3ms로 되돌아간다. 그래픽카드가 목표 fps를 내지 못하는 상태에서 주사율만 올리면 표의 오른쪽 칸으로 내려가지 않는다. 주사율 스펙보다 실제 프레임레이트가 먼저다.
1ms MPRT 표기가 붙는 조건
주사율을 1,000Hz까지 올리지 않고도 MPRT를 1ms로 만드는 방법이 있다. 프레임이 바뀌는 동안 백라이트를 껐다가 화면이 안정된 뒤 다시 켜는 것이다. 모션 블러 리덕션(MBR), 백라이트 스트로빙 등으로 불린다. 화면이 켜져 있는 시간 자체를 줄이니 지속시간이 짧아지고 잔상도 함께 준다.
대가가 있다. 국내 커뮤니티에서 정리된 1ms(MPRT)와 1ms(GtG)의 구분도 같은 지점을 짚는다. 1ms MPRT 표기는 모션 블러 리덕션을 켠 상태에서만 나오는 값이고, 백라이트를 껐다 켜는 구조라 밝기가 떨어지고 플리커가 발생한다. 스트로빙은 대개 가변주사율과 동시에 쓰기 어렵다는 제약도 따른다.
- 주사율을 올리지 않고도 지속시간을 1~2ms대로 낮춘다
- 빠른 좌우 이동이 많은 화면에서 잔상 감소가 가장 뚜렷하다
- 주사율 상승보다 비용이 들지 않는다 — 기존 패널의 구동 방식 변경이다
- 백라이트를 껐다 켜므로 화면 밝기가 떨어진다
- 플리커가 생겨 장시간 사용 시 피로를 호소하는 사례가 있다
- 가변주사율과 동시 사용이 제한되는 경우가 많다
GtG 1ms 표기에도 조건이 붙는다. 액정은 인가 전압 차가 클수록 잔상이 빨리 사라지는데, 이를 이용해 순간적으로 표준보다 큰 전압을 거는 기술이 오버드라이브다. 공개된 측정 사례를 보면 오버드라이브를 최대로 건 상태에서 GtG 1ms가 나온 패널도 오버드라이브를 끄면 3~5ms대로 측정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된다. 게다가 오버드라이브를 과하게 걸면 목표 밝기를 넘어섰다가 되돌아오는 오버슈트가 생겨, 잔상 대신 밝은 테두리가 따라붙는다.
| 스펙 표기 | 측정 대상 | 붙는 조건 | 조건을 끄면 |
|---|---|---|---|
| 1ms (GtG) | 픽셀 전환 시간 | 오버드라이브 최대 설정 | 같은 패널이 3~5ms대로 측정, 오버슈트는 사라짐 |
| 1ms (MPRT) | 프레임 지속시간 | 모션 블러 리덕션(백라이트 스트로빙) 켬 | 주사율의 역수로 복귀 — 240Hz면 4.2ms |
| GtG가 사실상 0에 가까운 패널 | 픽셀 전환 시간 | 자발광 구조 | 해당 없음 — 다만 MPRT는 여전히 주사율이 좌우 |
세 번째 줄이 가장 자주 오해되는 지점이다. 픽셀 전환이 즉각적이어도 sample-and-hold 방식인 이상 지속시간은 주사율이 정한다. HDR 인증 등급이 밝기 조건 위에서만 성립하듯(DisplayHDR 등급별 인증 기준), 응답속도 표기도 측정 조건을 함께 읽어야 한다.

스펙표의 1ms는 픽셀이 얼마나 빨리 바뀌는지를 말할 뿐, 그 화면이 눈앞에 얼마나 오래 머무는지는 말해주지 않는다.

이런 사람에게 맞는다, 이런 사람은 기다려라
- 경쟁 FPS 위주라면 — 표기된 응답속도보다 주사율 자체를 올리는 쪽이 계산상 확실하다. 240Hz 이상이면 스트로빙 없이도 잔상이 4.2픽셀 수준으로 내려온다
- 밝은 방에서 쓰거나 가변주사율을 반드시 쓴다면 — 1ms MPRT 표기는 참고만 한다. 밝기 저하와 VRR 제약을 감수해야 켤 수 있는 기능이다
- 문서·영상 위주라면 — 개선 폭이 가장 큰 구간은 60Hz에서 120Hz다(16.7픽셀 → 8.3픽셀). 그 이상은 비용 대비 개선치가 급격히 나빠진다
- 그래픽카드가 목표 fps를 못 낸다면 — 모니터 주사율을 올려도 지속시간은 실제 프레임레이트를 따라간다. 순서를 바꿔 프레임레이트부터 확보하는 편이 낫다
- 스펙표를 볼 때 — 1ms 옆 괄호가 GtG인지 MPRT인지 먼저 확인하고, GtG라면 오버드라이브 기본값 상태의 수치인지, MPRT라면 어떤 모드에서 측정한 값인지 확인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