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스펙표에 적힌 TDP는 한 개의 숫자가 아니다. 인텔 코어 울트라 7 265H의 공식 제품 사양에는 Processor Base Power 28W, Maximum Turbo Power 115W, Minimum Assured Power 20W가 나란히 적혀 있다. 최저와 최고 사이가 5.75배다.
이 세 숫자 중 어디에 맞춰 냉각과 전원을 설계할지는 인텔이 아니라 노트북 제조사가 정한다. 그래서 같은 CPU 이름을 달고도 완성품 성능이 크게 갈린다. 노트북 리뷰 데이터베이스 노트북체크가 집계한 코어 울트라 7 155H 탑재 노트북들의 시네벤치 R23 멀티코어 점수는 최저 9,769점에서 최고 19,007점, 평균 14,965점이다. 같은 칩인데 최고가 최저의 1.95배다.
CPU 모델명만 보고 노트북을 고르면 이 1.95배 중 어느 쪽을 받을지 알 수 없다. 스펙표에서 그 단서를 읽어내는 방법은 전력 표기 세 개와 시간 하나에 들어 있다.
CPU 이름은 성능의 상한을 알려줄 뿐이고, 실제로 받는 값은 노트북의 냉각 설계가 정한다.
스펙표의 W는 한 개가 아니다
인텔이 최근 모바일 프로세서에 쓰는 전력 표기는 세 층위다. Processor Base Power는 기본 클럭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때의 설계 전력, Maximum Turbo Power는 터보 부스트 구간에서 허용되는 상한, Minimum Assured Power는 제조사가 이 아래로는 내릴 수 없는 하한선이다. 예전에 하나로 뭉뚱그려 부르던 TDP가 이 셋으로 쪼개졌다고 보면 된다.
265H를 기준으로 세 값이 실제로 얼마나 벌어지는지, 그리고 그 전력이 배터리에 어떤 의미인지 계산하면 이렇게 된다. 배터리 열은 70Wh 배터리가 해당 전력만으로 소모될 때의 이론 한계이며, 화면·메모리·저장장치 소모를 뺀 상한값이다.
| 전력 표기 | 265H 값 (W) | Base 대비 (배) | 70Wh 배터리 이론 지속시간 |
|---|---|---|---|
| Minimum Assured Power | 20 | 0.71 | 3시간 30분 |
| Processor Base Power | 28 | 1.00 | 2시간 30분 |
| Maximum Turbo Power | 115 | 4.11 | 36분 |
같은 265H라도 20W로 묶은 초경량 모델과 115W까지 열어둔 두꺼운 모델은 전력 예산이 5.75배 차이 난다. 265H의 구성은 P코어 6개, E코어 8개, 저전력 E코어 2개로 총 16코어, 최대 터보 5.3GHz다. 16개 코어를 모두 돌리면서 5.3GHz를 유지하려면 전력이 필요하고, 20W 예산에서는 그 클럭이 오래 가지 않는다. 배터리 용량 표기를 읽는 법은 노트북 배터리 Wh 계산법에서 따로 정리했다.

PL2는 56초, 그다음은 PL1이다
전력 상한이 두 개인 이유는 시간 때문이다. 인텔 전력 제한은 PL1과 PL2로 나뉘고, 둘을 잇는 것이 Tau라는 시간 값이다. 퀘이사존이 정리한 설명에 따르면 PL1은 기본 주파수에서의 전력 상태, PL2는 더 높은 터보 주파수로 올라갈 때의 전력 상태이고, Tau가 PL2를 얼마나 오래 유지할지를 결정한다. 표준 Tau는 통상 56초다.
같은 자료는 코어 i9-9900K의 PL2 값이 119W인데도 대부분의 OEM이 Tau를 사실상 무한으로 늘리면서 160~180W까지 설정한다고 지적한다. 실측 소비전력이 i9-10900K 260W, i7-10700K 229W까지 올라간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제조사가 Tau를 만지면 스펙표의 숫자는 참고값이 된다.
Tau 56초를 265H의 PL2 115W, PL1 28W에 그대로 대입하면 작업 길이에 따라 평균 전력이 어떻게 무너지는지 계산할 수 있다.
| 작업 지속 시간 | PL2(115W) 구간 | PL1(28W) 구간 | 전체 평균 전력 (W) | Base 대비 (배) |
|---|---|---|---|---|
| 1분 | 56초 | 4초 | 109.2 | 3.90 |
| 3분 | 56초 | 124초 | 55.1 | 1.97 |
| 10분 | 56초 | 544초 | 36.1 | 1.29 |
| 30분 | 56초 | 1,744초 | 30.7 | 1.10 |
1분짜리 테스트에서는 평균 전력이 109W로 거의 PL2에 붙어 있다가, 30분 작업에서는 30.7W로 PL1에 수렴한다. 짧은 벤치마크 점수가 유난히 잘 나오고 긴 렌더링이나 컴파일에서 체감 성능이 무너지는 현상은 이 표에서 설명된다. 구매할 때 봐야 할 것은 순간 최고 점수가 아니라 10분 이상 부하를 건 뒤의 지속 성능이라는 뜻이다.

같은 155H인데 벤치가 1.95배 갈린다
이 차이가 완성품에서 얼마나 벌어지는지는 노트북체크의 155H 집계가 보여준다. 155H는 265H와 마찬가지로 기본 28W, 터보 115W 표기에 P코어 6개·E코어 8개·저전력 E코어 2개 구성이다. 같은 칩을 쓴 노트북들의 시네벤치 R23 멀티 점수가 9,769점에서 19,007점까지 퍼져 있다.
점수는 추상적이니 시간으로 바꾸면 체감이 분명해진다. 아래는 평균 점수 노트북에서 10분 걸리는 멀티코어 작업을 기준으로, 점수에 반비례해 소요 시간을 환산한 값이다. 공개된 벤치 집계를 기준으로 한 계산이며 실제 작업 부하와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 구현 사례 | R23 멀티 (점) | 평균 대비 (%) | 10분 작업 환산 |
|---|---|---|---|
| 최저 점수 노트북 | 9,769 | 65.3 | 15분 19초 |
| 평균 | 14,965 | 100.0 | 10분 00초 |
| 최고 점수 노트북 | 19,007 | 127.0 | 7분 52초 |
평균 10분짜리 작업 하나에서 최저 구성과 최고 구성의 차이가 7분 27초다. 하루에 그런 작업을 열 번 돌린다면 하루 1시간 이상이 냉각 설계 하나로 갈린다. CPU 세대를 한 단계 올리는 것보다 같은 세대 안에서 두꺼운 모델을 고르는 쪽이 이득이 큰 경우가 생기는 이유다.

얇은 쪽과 두꺼운 쪽, 어느 쪽을 고를 것인가
전력 예산이 성능을 정한다는 사실은 반대로 읽을 수도 있다. 20W로 묶인 노트북은 성능을 포기한 대신 팬 소음과 발열, 배터리 시간을 얻는다. 문서 작업과 웹 회의가 하루 일과의 대부분이라면 평균 부하가 PL1 근처에도 못 가므로, 115W를 열어둔 설계는 무게와 소음만 더한 셈이 된다.
공개된 스펙 기준으로 정리하면 선택 기준은 이렇게 갈린다.
- 두꺼운 쪽이 맞는 경우 — 영상 인코딩, 코드 컴파일, 사진 일괄 보정처럼 3분 이상 전 코어를 물리는 작업이 일과에 반복될 때. Tau 이후 PL1 구간이 실제 성능이 되므로 냉각 여유가 곧 결과물 속도다.
- 얇은 쪽이 맞는 경우 — 부하가 수십 초 단위로 끝나는 사무·학습 용도. 이 구간은 PL2가 커버하므로 20W 설계여도 체감 차이가 작고, 무게와 배터리에서 얻는 것이 크다.
- 기다려야 하는 경우 — 제품 페이지에 기본·최대 전력 표기가 없고 CPU 모델명만 적혀 있을 때. 같은 이름으로 1.95배가 갈리는 시장이라 모델명만으로는 무엇을 사는지 알 수 없다.
제품을 비교할 때 확인할 항목도 모델명 바깥에 있다. 제조사가 공개한 지속 전력 설정값, 팬 소음 모드별 성능 차이, 어댑터 출력이다. 어댑터 출력이 CPU의 최대 터보 전력에 화면·메모리 소모를 더한 값에 못 미치면, 콘센트에 꽂은 상태에서도 배터리가 함께 소모되며 성능이 제한된다. 프로세서의 연산 유닛 스펙을 어디까지 믿을지는 NPU TOPS 표기를 읽는 법에서도 같은 문제로 다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