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투스 5.4는 5.3보다 이어폰 소리를 좋게 만들어주지 않는다. 표준을 관리하는 블루투스 SIG의 공식 문서 기준으로 5.4의 새 기능은 PAwR(응답형 주기적 광고)과 암호화 광고 데이터 두 가지인데, 둘 다 마트 선반의 전자가격표시기처럼 초저전력 기기 수천 대를 묶어 관리하기 위한 통신 기능이지 오디오 기능이 아니다. 이어폰 상자의 '블루투스 5.4' 표기는 음질이나 지연 개선의 근거가 되지 못한다. 소리를 가르는 것은 버전 숫자가 아니라 LE Audio와 코덱 지원 여부다.

무선 이어폰 유닛을 손끝으로 들어 살펴보는 클로즈업

5.4의 새 기능은 왜 이어폰과 무관한가

SIG의 5.4 개요 문서는 두 기능을 "수천 개의 초저전력 노드와 연결 없이 양방향 보안 통신을 가능하게 한다"라고 요약한다. PAwR은 중심 기기 하나가 연결을 맺지 않은 채 다수의 기기와 정해진 시간표대로 데이터를 주고받는 방식이다. 임베디드 개발 문서 사이트 노벨비츠의 분석 기준으로 광고 주기를 최대 128개의 서브이벤트로 쪼개고(간격 7.5~318.75ms), 액세스 포인트 하나에 1만 대가 넘는 노드를 묶을 수 있다. 암호화 광고 데이터는 이렇게 뿌리는 패킷을 암호화하는 짝 기능이다.

이 조합의 첫 표준 용도가 전자가격표시기(ESL) 프로파일로, 5.4 규격과 동시에 발표됐다. 매장 선반 수천 개의 가격표를 동전 전지로 몇 년씩 굴려야 하는 유통 현장을 위한 설계다. 연결 대상이 스마트폰 하나뿐이고 몇 시간 단위로 충전하는 이어폰과는 문제 설정 자체가 다르다. 이어폰 스펙 시트의 5.4 표기는 대체로 '최신 세대 칩셋을 썼다' 이상의 정보를 주지 않는다.

그럼 5.3에서는 무엇이 달라졌나

한 세대 전인 5.3은 오히려 이어폰과 접점이 있다. SIG의 5.3 기능 문서 기준으로 핵심은 셋이다. 커넥션 서브레이팅은 이미 맺어진 연결에서 저전력 상태와 고대역 상태를 빠르게 오가는 기능으로, SIG가 직접 드는 예가 평소엔 절전으로 대기하다 전화가 오면 즉시 전송 주기를 끌어올리는 보청기다 — 같은 원리가 이어폰 대기 전력에도 적용된다. 채널 분류 개선은 스마트폰뿐 아니라 주변 기기 쪽에서도 혼잡한 주파수 채널을 감지해 보고하게 만들어, 두 기기가 떨어져 있을 때 패킷 충돌을 줄인다. 주기적 광고 개선은 이미 처리한 중복 패킷을 컨트롤러 단계에서 버려 수신 전력을 아낀다.

혼잡한 지하철 승강장에서 무선 이어폰을 착용한 승객 — 2.4GHz 대역이 붐비는 환경

세 기능 모두 음질 항목이 아니라 배터리와 연결 안정성 항목이다. 2.4GHz 대역이 붐비는 출퇴근 지하철에서 끊김이 줄고 대기 전력이 내려가는 방향 — 체감은 있지만 간접적이다. 두 버전의 기능을 소비자 체감 기준으로 교차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구분핵심 추가 기능설계된 용도이어폰 체감
블루투스 5.3커넥션 서브레이팅 · 채널 분류 개선 · 중복 광고 폐기절전·연결 안정성배터리·혼잡 구간 안정성에 간접 이득
블루투스 5.4PAwR · 암호화 광고 데이터전자가격표시기·대규모 센서망사실상 없음
LE Audio(버전 표기와 별개)LC3 코덱 · 오라캐스트 · 멀티스트림오디오 전면 개편음질·배터리·기능에 직접 영향

표는 SIG 공식 문서의 기능 목록을 이어폰 사용자 관점의 체감 영역으로 재분류한 것이다. 요점은 마지막 줄에 있다 — 오디오를 바꾸는 것은 버전 줄이 아니라 별도 기능 세트인 LE Audio다.

버전 숫자는 도로의 규격이고, 소리는 그 위를 달리는 코덱이 정한다.

음질은 무엇이 정하나 — LE Audio와 LC3

오디오의 실제 세대 교체는 SIG의 LE Audio 규격에서 일어난다. LE Audio는 저전력(LE) 라디오 위에서 도는 새 오디오 체계로, 기본 코덱 LC3는 SIG의 청취 평가에서 비트레이트를 50% 낮춰도 기존 SBC 코덱보다 나은 음질을 냈다. 전송량이 절반이면 남는 여유를 배터리 시간이나 더 작은 기기 크기로 돌릴 수 있다는 뜻이다. 여기에 한 음원을 수량 제한 없이 여러 수신기로 뿌리는 오라캐스트(공항·극장 안내, 보청기 지원)와, 좌우 이어버드에 독립 스트림을 동기 전송해 스테레오 정위를 개선하는 멀티스트림이 얹힌다.

공항 대합실에서 이어폰으로 방송을 듣는 승객 — 오라캐스트가 겨냥하는 장면

주의할 점은 LE Audio가 버전 표기와 별개의 선택 기능 세트라는 것이다. 5.3이나 5.4 칩을 썼다고 자동으로 지원되는 것이 아니라, 제조사가 LE Audio·LC3·오라캐스트 지원을 따로 명시해야 한다. 스펙 시트에서 읽을 줄은 버전 줄이 아니라 코덱 줄이다 — 고음질 영역에서 LDAC·aptX·AAC가 실제로 갈리는 지점은 따로 정리돼 있다. 노이즈캔슬링처럼 체감이 확실한 기능과 묶어서 판단하려면 헤드폰 구매 전 체크리스트가 그 순서다.

책상 위에 놓인 이어폰·헤드폰·스마트워치 — 업그레이드를 저울질하는 장면

이런 사람에게 맞는다, 이런 사람은 기다려라

공개된 규격 문서 기준으로 판단 기준은 이렇게 정리된다.

  • 지금 이어폰을 사야 한다면 — 5.3이냐 5.4냐로 제품을 가르지 말 것. 비교 기준은 LC3·LE Audio·멀티포인트 같은 기능 줄과 지원 코덱 줄이다
  • 지하철 끊김이 스트레스라면 — 5.3 이상 칩셋의 채널 분류·서브레이팅이 개선 방향과 일치한다. 다만 안테나 설계 등 구현 차이가 커서 버전만으로 보장되지는 않는다
  • 오라캐스트를 노린다면 — 이어폰만이 아니라 송신 쪽(스마트폰·TV)의 지원 여부까지 확인해야 실제로 쓸 수 있다
  • 지금 이어폰에 불만이 없다면 — 5.4 때문에 바꿀 이유는 없다. 기다렸다가 LE Audio 지원이 표준이 된 세대에서 갈아타는 편이 남는 장사다

다음 구매까지 지켜볼 것은 버전 숫자가 아니라 LC3와 오라캐스트를 지원하는 송신 기기·이어폰의 확산 속도다. 그 목록이 충분히 길어지는 시점이 갈아탈 시점이다.

참고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