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식 키보드 축은 리니어(적축·흑축)·택타일(갈축)·클리키(청축) 세 계열로 갈리고, 걸림 없이 조용하게 내려가는 건 적축, 손끝에 걸림이 오는 건 갈축, 딸깍 소리까지 나는 건 청축이다. 같은 리니어라도 키압이 무거운 쪽이 흑축이다. 이름의 색이 곧 계열과 무게를 가리키는 코드인 셈이다.
축을 고를 때 봐야 할 스펙은 세 가지다 — 계열(리니어·택타일·클리키), 작동압(키를 인식시키는 데 필요한 힘, g), 그리고 소음이다. 공개된 Cherry MX 스펙을 기준으로 네 축을 한 표에 모으면 선택의 뼈대가 잡힌다.

적축·갈축·청축·흑축, 스펙으로 한 줄 비교
아래 표는 공개된 Cherry MX 기준 실측 스펙을 정리한 것이다. 작동점은 키가 눌린 것으로 인식되는 깊이, 총 행정은 키가 바닥까지 닿는 거리다. 브랜드·로트에 따라 ±5g가량 차이는 날 수 있다.
| 축(색) | 계열 | 작동압(g) | 작동점(mm) | 총 행정(mm) | 소음 |
|---|---|---|---|---|---|
| 적축(Red) | 리니어 | 45 | 2.0 | 4.0 | 낮음 |
| 갈축(Brown) | 택타일 | 55 | 2.0 | 4.0 | 중간 |
| 청축(Blue) | 클리키 | 60 | 2.2 | 4.0 | 높음 |
| 흑축(Black) | 리니어 | 60 | 2.0 | 4.0 | 낮음 |
리니어인 적축과 흑축은 누르는 내내 저항이 일정해 걸림이 없다. 둘의 차이는 무게뿐이다 — 45g 적축은 가볍게 연타되고, 60g 흑축은 같은 리니어라도 손가락 힘이 더 든다. 갈축은 작동점 부근에서 저항이 한 번 꺾이는 택타일 범프가 있어 '지금 눌렸다'가 손끝으로 온다. 청축은 그 범프에 물리적 클릭음까지 더해진 계열이다.
축의 이름은 취향이 아니라 스펙 코드다 — 색은 계열을, 숫자는 손가락에 실리는 무게를 가리킨다.

게임엔 적축, 사무실엔 무슨 축인가 — 용도별 고르는 순서
축 선택은 '무게 → 피드백 → 소음' 순서로 좁히면 빠르다. 첫째, 오래 타이핑하는데 손이 잘 지친다면 45g 적축처럼 가벼운 축이, 오타가 잦고 묵직한 손맛을 원하면 60g대 흑축·청축이 후보다. 둘째, 눌린 순간을 손끝으로 확인하고 싶으면 택타일(갈축), 아니면 리니어(적축·흑축). 셋째, 공간이 조용해야 하면 클릭음이 큰 청축은 제외된다.
스펙을 용도에 대입해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작동압이 가벼울수록 연타는 빠르지만 오타 확률이 올라가는 상충 관계가 선택의 축이 된다.
| 용도 | 우선 스펙 | 1순위 축 | 피해야 할 축 |
|---|---|---|---|
| FPS·연타 게임 | 가벼운 작동압·빠른 반응 | 적축(45g 리니어) | 흑축(무거움) |
| 장문 타이핑 | 택타일 피드백·정확도 | 갈축(55g 택타일) | 적축(오타 성향) |
| 공용 사무실 | 저소음 | 저소음 적축·갈축 | 청축(클릭음) |
| 묵직한 손맛 | 높은 작동압 | 흑축(60g 리니어) | 적축(가벼움) |
소음이 걱정이라면 계열보다 '저소음(Silent)' 옵션 유무가 더 크게 갈린다. 저소음 계열은 스템에 완충재를 넣어 소리를 줄인 변형으로, 실측에서 저소음 적축이 약 35.6dB로 멤브레인 키보드(약 43.2dB)보다 오히려 조용하게 나온 사례도 있다. 계열은 손맛을, 저소음 옵션은 소리를 따로 결정한다고 보면 된다.

키압만큼 중요한 것 — 키캡·하우징·윤활
같은 적축이라도 완성된 키보드의 타건감은 축 하나로 결정되지 않는다. 키캡 재질(ABS·PBT)과 두께, 하우징의 흡음 구조, 스태빌라이저와 윤활 상태가 소리와 손맛을 크게 바꾼다. 스펙 시트의 작동압·작동점은 축 자체의 성격을 알려줄 뿐, 최종 타건감은 조립 완성도의 함수다. 데스크톱을 새로 맞추며 주변기기 예산을 배분한다면, 부품별로 예산을 나누는 원칙에서 키보드를 소모품이 아닌 오래 쓰는 입력 장치로 두는 편이 합리적이다.

이런 사람에게 맞는다
- 게이머·빠른 연타: 45g 적축 — 가벼운 리니어로 반응 속도 우선. 오타가 잦으면 저소음 흑축으로 무게를 올려 잡는다
- 사무·장문 타이핑: 55g 갈축 — 택타일 범프로 정확도와 소음의 균형. 공용 공간이면 저소음 옵션을 추가한다
- 기계식 손맛·소리 즐기기: 60g 청축 — 클릭음까지 원할 때. 단 독립된 공간이 전제다
- 무거운 리니어 선호: 60g 흑축 — 오입력이 싫고 묵직한 착지감을 원할 때
- 고민되면: 축 교체(핫스왑) 지원 키보드를 골라 두 종류를 직접 갈아 끼워 비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