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인이 나타나기 시작한다는 업계 통설의 기준선은 누적 시청 5,000시간이다. 하루 8시간을 켜두는 집이라면 1.7년 만에 그 선을 넘는다. 국내 무상보증이 2년이라는 점과 겹쳐 읽으면, 사용 패턴에 따라 보증이 끝나기 전에 이미 위험 구간에 들어가 있을 수 있다는 뜻이 된다.

OLED 번인은 확률의 문제지 예정된 고장이 아니다. 다만 그 확률을 밀어올리는 변수는 꽤 분명하다 — 켜둔 시간, 화면 밝기, 그리고 같은 자리에 얼마나 오래 같은 것이 떠 있었는가. 아래 계산은 공개된 보증 정책과 장기 내구성 테스트 결과만 놓고 맞춰본 것이다.

소파 팔걸이 위에서 TV 리모컨을 쥔 손

잔상과 번인은 다른 현상이다

화면을 바꿨는데 이전 화면의 윤곽이 잠시 남는 것은 일시적 잔상(image retention)이다. 몇 분에서 몇 시간이면 사라진다. 반면 번인은 특정 화소의 유기 발광층이 다른 화소보다 빨리 노화해 영구적으로 밝기가 낮아진 상태다. 밝은 회색 단색 화면을 띄웠을 때 채널 로고나 자막 띠 모양이 어둡게 비치면 후자다.

OLED가 이 현상에서 자유롭지 못한 이유는 구조에 있다. 백라이트 하나로 전체를 비추는 LCD와 달리 화소마다 스스로 빛을 내기 때문에, 특정 화소만 오래 밝게 쓰면 그 화소만 먼저 늙는다. 톰스하드웨어가 전한 10개월 시점 장기 테스트에서는 시험 대상 OLED 전 제품에서 어느 정도의 번인이 관측됐고, 동시에 LCD 모니터에서도 균일도 저하 문제가 나타났다. 번인이 없다는 것과 화면이 늙지 않는다는 것은 다른 얘기다.

하루 몇 시간이면 5,000시간에 닿나

아시아경제는 통상 구매 후 3~5년, 시청 시간 5,000시간이 지나면 번인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전했다. 이 기준을 하루 사용시간으로 환산했다. 무상보증 2년 시점의 누적 시간을 함께 넣었다.

하루 사용시간(시간)연간 누적(시간)2년 시점 누적(시간)5,000시간 도달10,000시간 도달
31,0952,1904.6년9.1년
51,8253,6502.7년5.5년
82,9205,8401.7년3.4년
124,3808,7601.1년2.3년

하루 3시간 쓰는 집은 5,000시간까지 4.6년이 걸린다. 통설이 말하는 3~5년과 대체로 맞아떨어진다. 문제는 하루 8시간 이상 구간이다. 거실 TV를 배경음처럼 켜두는 집, 재택근무 모니터를 겸하는 집, 아이 채널을 하루 종일 틀어두는 집은 2년 무상보증이 끝나는 시점에 이미 5,840시간을 쌓는다.

번인의 단위는 '몇 년 썼는가'가 아니라 '같은 화소를 몇 시간 태웠는가'다.

저녁 무렵 사람이 없는 아파트 거실과 꺼진 TV

보증은 어느 구간을 덮어주나

아시아경제 보도 시점(2023년 9월) 기준으로 제조사별 번인 무상보증 기간은 아래와 같았다. 국내와 해외가 다르고, 같은 회사 안에서도 패널 방식에 따라 다르다.

제조사·제품국내 무상보증해외비고
LG전자 OLED TV2년 (VIP 고객 3년)미국·유럽 최대 5년프리미엄 라인 기준
삼성전자 OLED TV2년 (패널 무상 교체)미국 1년3년차부터 부분 유상
삼성전자 QLED(LCD) TV번인 10년LCD 구조상 번인 희소

LG는 국가별 시장환경과 설치비 등 서비스 비용 차이를 이유로 들었고, 삼성은 모든 가전에 기본 1년 무상보증을 적용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같은 기사는 전했다. 보증 정책은 연도별로 바뀌는 항목이므로, 구매 시점에는 해당 모델의 약관을 다시 확인해야 한다. 확인 포인트는 세 가지다 — 무상 기간, 3년차 이후 소비자 부담 비율, 그리고 번인 판정 기준(어느 정도 밝기 차이부터 결함으로 인정하는지)이다.

벽걸이 TV 뒷면의 케이블과 브라킷 디테일

1만 시간 테스트가 남긴 결과

번인 논쟁에서 가장 자주 인용되는 자료는 RTINGS의 장기 내구성 테스트다. 100여 대의 TV를 3년 가까이 가속 조건으로 돌린 결과, 대다수 제품이 약 1만 시간을 통과했고 완전 고장 20대, 부분 고장 24대가 기록됐다. 여기서 읽어야 할 대목은 OLED 대 LCD의 승패가 아니라 실패 유형이 달랐다는 점이다. OLED에서는 정지 요소가 남긴 번인이, 얇은 엣지형 LCD에서는 백라이트와 열 관리 쪽 문제가 주된 실패 원인으로 나타났다.

정지 요소가 문제라면, 하루 사용시간보다 그중 몇 퍼센트가 고정 화면인가가 실질 위험을 결정한다. 하루 8시간 사용을 기준으로 고정 요소 노출 비중을 바꿔 2년 누적치를 계산했다.

고정 요소 비중(%)대표 사용 패턴2년 누적 고정 노출(시간)
10영화·드라마 위주, 로고 없는 콘텐츠584
25뉴스·스포츠 채널 로고, 자막 띠1,460
50게임 HUD, PC 모니터 겸용(작업표시줄)2,920
100같은 화면 상시 표시(사이니지형)5,840

같은 2년, 같은 하루 8시간이라도 고정 노출은 584시간과 5,840시간으로 열 배 벌어진다. 번인 사례가 게임 HUD와 뉴스 채널 로고에 몰리는 이유가 여기 있다. 반대로 콘텐츠가 계속 바뀌는 사용에서는 같은 총시간이라도 위험이 크게 낮아진다.

제조사가 넣어둔 방어 기능과 그 대가

OLED TV에는 화소 노화를 늦추는 기능이 기본 탑재된다. 화면 전체를 몇 픽셀씩 주기적으로 미세 이동시키는 픽셀 시프트, 로고 부분만 밝기를 낮추는 로고 디밍, 일정 사용시간마다 전원이 꺼진 뒤 패널을 보정하는 픽셀 리프레시가 대표적이다. 정지 화면이 오래 유지될 때 자동으로 화면을 어둡게 낮추는 밝기 제한도 같은 목적이다.

대가도 있다. 로고 디밍과 밝기 제한은 정지 장면에서 화면이 어두워지는 현상으로 체감된다. 밝기를 최대로 고정해 쓰는 설정은 이 방어 장치를 상당 부분 무력화하는 방향이라, 밝은 거실용으로 최대 밝기를 상시 사용할 계획이라면 OLED보다 밝기 여유가 큰 LCD 계열이 구조적으로 유리하다. 패널 방식별 스펙 용어 정리는 TV 스펙 용어 정리에, 화면 크기 선택 기준은 시청거리 기준 인치 계산에 정리돼 있다.

불 꺼진 거실 소파에 앉아 있는 50대 남성

이런 사람에게 맞는다 / 기다려라

  • 맞는다 — 하루 3~5시간, 영화·드라마 위주. 5,000시간까지 3~5년이 걸리고 고정 요소 노출도 낮다. 명암비 이득을 그대로 가져갈 수 있는 구간이다.
  • 맞는다 — 어두운 방에서 보는 전용 시청 공간. 밝기를 낮게 유지할수록 화소 부하가 줄어든다.
  • 기다려라 — 하루 8시간 이상 켜두는 거실. 2년 보증 종료 시점에 이미 5,840시간이다. 보증 조건과 3년차 이후 부담 비율을 먼저 확인한다.
  • 기다려라 — PC 모니터·게임기 상시 연결. 작업표시줄과 HUD는 고정 요소 비중이 50%를 넘기기 쉽다.
  • 확인할 것 — 구매 모델의 번인 보증 약관. 무상 기간, 소비자 부담 비율, 결함 판정 기준 세 줄을 계약 전에 본다.
  • 확인할 것 — 방의 조도. 밝은 거실에서 최대 밝기를 상시 쓸 계획이면 패널 방식 선택부터 다시 따진다.

참고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