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표면의 U3와 V30은 같은 속도를 뜻한다. 둘 다 최소 순차 쓰기 초당 30MB다. 한 장에 마크가 서너 개씩 찍혀 있는 이유는 등급이 겹쳐 매겨져서가 아니라, SD협회가 서로 다른 시기에 만든 네 개의 표기 체계가 동시에 적용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등급을 고르는 일은 숫자가 큰 마크를 찾는 게 아니라, 자기가 저장할 데이터의 초당 쓰기량을 먼저 구하고 그 값을 넘는 마크를 찾는 순서가 된다. 영상이면 비트레이트에서, 앱 구동이면 랜덤 접근 성능에서 출발한다.

손가락으로 마이크로SD 카드를 집어 든 클로즈업

카드 한 장에 마크가 네 개씩 찍히는 이유

SD협회가 정한 속도 표기는 Speed Class, UHS Speed Class, Video Speed Class, Application Performance Class 네 갈래다. 여기에 최신 SD Express 제품군을 위한 SD Express Speed Class(E150·E300·E450·E600)가 더해졌다. 앞의 세 체계는 모두 '최소 순차 쓰기 속도'라는 같은 것을 재고, 마지막 A 등급만 성격이 다르다.

규격 체계표기최소 순차 쓰기 (MB/s)
Speed ClassC2 / C4 / C6 / C102 / 4 / 6 / 10
UHS Speed ClassU1 / U310 / 30
Video Speed ClassV6 / V10 / V30 / V60 / V906 / 10 / 30 / 60 / 90
Application Performance ClassA1 / A210 (랜덤 IOPS 요건 별도)

표를 세로로 읽으면 C10과 U1과 V10이 모두 10MB/s로 같은 줄에 놓인다. U3와 V30도 30MB/s로 같다. SD 카드 규격 정리에 나온 기준값 그대로다. 즉 U3 마크가 있는 카드에 V30이 함께 찍혀 있다고 해서 60MB/s가 보장되는 것이 아니다. 두 마크는 같은 한 가지 성능을 두 언어로 적어 놓은 것에 가깝다.

U3와 V30은 경쟁 등급이 아니라 같은 30MB/s를 다른 규격이 각자 표기한 것이다. 둘 다 찍혀 있어도 속도가 두 배가 되지는 않는다.

SD협회가 이 체계를 만든 이유는 영상 녹화 때문이다. 협회 설명은 촬영 중 프레임 드롭 없이 매끄럽게 재생되려면 일정한 최소 쓰기 속도가 계속 유지돼야 한다는 것이다. 최고 속도가 아니라 최저 속도를 보증하는 지표라는 점이 핵심이다. 벤치마크에서 초당 170MB가 나온 카드라도 최소 보증치가 V10이면, 고비트레이트 촬영 중 순간적으로 10MB/s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뜻이 된다.

밤 책상 위 카드 슬롯이 열린 미러리스 카메라와 카드 리더

내 촬영 모드는 초당 몇 MB를 쓰는가

비트레이트는 초당 비트(Mbps), 카드 등급은 초당 바이트(MB/s)로 적힌다. 단위가 다르므로 8로 나눠야 비교가 된다. 여기에 컨테이너 오버헤드와 순간 변동을 감안한 여유율을 얹는 것이 실무 계산이다. ProGrade Digital은 20%의 안전 여유를 적용해 필요 쓰기 속도를 산출한다.

촬영 모드비트레이트 (Mbps)초당 쓰기 (MB/s)20% 여유 적용 (MB/s)필요 최소 등급
1080p 일반 (가정치)202.53.0C6 / V6
4K 30fps 스마트폰급 (가정치)10012.515.0V30 (U3)
4K 59.97fps 고비트레이트34042.551.0V60
8K 29.97fps47058.870.5V90

계산은 나눗셈 하나다. 340Mbps는 340 ÷ 8 = 42.5MB/s이고, 여기에 1.2를 곱하면 51MB/s가 된다. V30의 보증치 30MB/s로는 부족하고 V60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8K 470Mbps도 같은 방식으로 58.8MB/s, 여유 적용 70.5MB/s가 되어 V90 구간에 들어간다. 앞의 두 줄은 대표적인 촬영 설정을 가정한 값이므로, 실제로는 자기 기기의 사양표에 적힌 비트레이트를 그대로 대입하면 된다.

이 표가 알려주는 것은 해상도가 아니라 비트레이트가 등급을 정한다는 점이다. 같은 4K라도 100Mbps로 찍는 스마트폰은 V30이면 충분하고, 340Mbps로 찍는 카메라는 V60이 필요하다. ProGrade Digital도 요구 조건이 해상도 하나가 아니라 기기 모델·프레임레이트·색심도·압축 방식에 달려 있다고 못 박는다.

해질 무렵 서울 옥상에서 삼각대에 올린 카메라를 조정하는 20대 여성

A2는 영상이 아니라 앱을 위한 등급이다

Application Performance Class는 순차 쓰기가 아니라 랜덤 접근을 잰다. A1은 랜덤 읽기 1,500 IOPS·랜덤 쓰기 500 IOPS, A2는 랜덤 읽기 4,000 IOPS·랜덤 쓰기 2,000 IOPS를 요구하고, 둘 다 최소 순차 쓰기는 10MB/s로 같다. 순차 성능만 보면 A1과 A2의 보증치는 동일하다는 뜻이다.

랜덤 접근이 문제가 되는 상황은 정해져 있다. 카드에 앱이나 운영체제를 올려 돌리는 경우 — 안드로이드 기기의 앱 저장소, 휴대용 게임기, 라즈베리파이 계열 단일 보드 컴퓨터가 대표적이다. 여기서는 작은 파일을 무작위로 수없이 읽고 쓰기 때문에 IOPS가 체감을 좌우한다. 반대로 영상만 연속으로 기록하는 카메라나 액션캠, 블랙박스에서는 A2 마크가 있어도 실익이 거의 없다.

정리하면 마크를 보는 순서가 용도별로 갈린다. 영상 촬영이면 V 등급(또는 U 등급)만 보면 되고, 기기 내부 저장소처럼 쓸 거면 A2를 우선으로 보되 순차 속도는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두 조건이 동시에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상위 마크를 전부 갖춘 카드를 살 이유는 없다.

용량 규격과 버스 속도는 등급과 별개다

카드에 찍힌 정보는 속도 등급만이 아니다. 용량 규격(SDHC·SDXC·SDUC)과 전송 인터페이스(UHS-I·UHS-II·SD Express)는 완전히 다른 축이고, 이 둘이 실제 상한을 정한다.

구분표기범위 / 최대 속도
용량 규격SDSC / SDHC / SDXC / SDUC2GB 이하 / 32GB 이하 / 2TB 이하 / 128TB 이하
버스 인터페이스UHS-I (SDR104)최대 104MB/s
버스 인터페이스UHS-II최대 312MB/s
버스 인터페이스UHS-III최대 624MB/s
버스 인터페이스SD Express최대 3,940MB/s (PCIe 4.0 2레인)

여기서 자주 어긋나는 지점이 호환이다. UHS-II 카드는 접점 열이 한 줄 더 있는데, UHS-I만 지원하는 기기에 꽂으면 UHS-I 속도로 떨어져 동작한다. 카드가 비싸도 기기가 못 받으면 상한은 104MB/s에서 멈춘다. 인터페이스 세대가 올라가도 실제 체감이 그만큼 늘지 않는 구조는 SSD Gen4와 Gen5의 속도 2배가 체감으로 이어지지 않는 조건과 같은 이유에서 나온다. SD협회도 호스트 기기에 표시된 등급과 같거나 더 높은 등급의 카드를 고르되, 서로 다른 체계의 마크를 섞어 비교하지 말라고 안내한다.

리넨 천 위에 열려 있는 메모리카드 보관 케이스 오버헤드 컷

이런 순서로 고른다

  • 기기 사양표에서 최고 화질 촬영 모드의 비트레이트(Mbps)를 찾는다 — 없으면 1분 녹화 파일 용량으로 역산
  • 비트레이트 ÷ 8 × 1.2로 필요 쓰기 속도(MB/s)를 구하고, 그 값을 넘는 V 등급을 고른다
  • 기기 매뉴얼에 권장 등급이 적혀 있으면 그것을 하한으로 삼는다 — 같거나 높은 등급만 선택
  • 앱·OS를 올릴 용도면 A2, 영상 기록 전용이면 A 등급은 무시해도 된다
  • 기기가 UHS-II를 지원하지 않으면 UHS-II 카드를 사도 104MB/s에서 막힌다
  • 32GB 초과 용량은 SDXC 이상이므로, 구형 기기의 지원 규격(SDHC까지인지)을 먼저 확인

참고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