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억 화소 센서를 단 스마트폰이 기본 설정에서 내놓는 사진은 1200만 화소다. 삼성전자 ISOCELL HP2는 0.6μm 픽셀 16개를 하나로 묶어 2.4μm짜리 픽셀 1250만 개처럼 동작한다. 화소 수는 16분의 1로 줄지만, 출력 픽셀 하나가 받는 빛의 면적은 16배가 된다.

이 동작을 픽셀 비닝이라 부른다. 삼성은 이를 테트라스퀘어드픽셀(Tetra2pixel)이라 이름 붙였고, GSMArena가 정리한 HP2 사양에 따르면 4개를 묶으면 1.2μm 5000만 화소, 16개를 묶으면 2.4μm 1250만 화소로 전환된다. 공개된 스펙만으로도 이 전환이 무엇을 얻고 무엇을 버리는지 계산으로 따라갈 수 있다.

극세사 천으로 스마트폰 후면 카메라 렌즈를 닦는 손

0.6μm 16개를 묶으면 2.4μm가 된다

비닝의 산수는 간단하다. 정사각형 격자에서 n×n개 픽셀을 묶으면 유효 픽셀 피치는 n배, 수광 면적은 n²배가 된다. 픽셀은 빛을 길이가 아니라 넓이로 받기 때문이다. HP2의 0.6μm 픽셀 하나가 받는 면적은 0.36μm²이고, 16개를 묶은 2.4μm 픽셀은 5.76μm²다. 정확히 16배다.

모드묶는 픽셀 수 (개)출력 화소 (MP)유효 픽셀 피치 (μm)픽셀당 수광 면적 (μm²)면적 배수 (배)긴 변 픽셀 수 (px)
풀 해상도12000.60.361약 16,330
4-in-14501.21.444약 8,160
16-in-11612.52.45.7616약 4,080

긴 변 픽셀 수는 4:3 비율로 환산한 값이다. 2억 화소를 4:3으로 풀면 긴 변이 약 16,330픽셀이고, 16-in-1을 거치면 4,080픽셀로 줄어든다. 4K 영상의 가로 해상도가 3,840픽셀이므로 1250만 화소 모드도 4K를 채우고 남는다.

센서 크기도 같은 계산에서 역산된다. 2억 개 × 0.36μm² = 72mm², 이를 4:3으로 풀면 약 9.8mm × 7.35mm, 대각선 12.25mm다. 광학 포맷 표기법상 1/1.3인치가 대각선 약 12.3mm이므로 공개 스펙과 맞아떨어진다. 이 표기법이 왜 실제 치수와 어긋나는지는 1인치 센서가 실제로는 16mm인 이유를 따진 글에서 따로 다뤘다.

가로등 하나만 켜진 밤의 서울 주택가 골목

비닝해도 센서가 받는 빛의 총량은 늘지 않는다

여기서 흔한 오해가 생긴다. 픽셀을 묶으면 빛을 더 많이 받는다는 설명은 출력 픽셀 하나를 기준으로 할 때만 맞다. 센서 전체가 받는 빛의 총량은 72mm²라는 면적으로 이미 고정돼 있고, 비닝은 그 빛을 어떻게 나눠 담느냐를 바꿀 뿐이다. 같은 양동이의 물을 컵 2억 개에 나누느냐 1250만 개에 나누느냐의 차이다.

비닝이 만들어내는 것은 빛이 아니라 신호 대 잡음비다. 센서에 들어온 빛의 총량은 렌즈 구경과 센서 면적이 정한 그대로다.

그렇다면 비닝은 왜 화질을 개선하는가. 픽셀에는 빛과 무관하게 발생하는 읽기 잡음이 있고, 이 잡음은 픽셀 수에 따라 무작위로 흩어진다. 16개 픽셀의 신호를 합치면 신호는 16배가 되지만 무작위 잡음은 √16 = 4배로만 커진다. 결과적으로 신호 대 잡음비가 이론상 4배 개선된다. 어두운 곳에서 2억 화소 원본이 지저분하고 1250만 화소 결과물이 깨끗한 이유가 이것이다.

삼성은 여기에 회로 차원의 보완을 더했다. GSMArena가 전한 HP2 사양에는 듀얼 버티컬 트랜스퍼 게이트(D-VTG)로 포화 용량을 33% 이상 늘렸다는 항목이 있다. 픽셀이 작아질수록 먼저 포화되는 밝은 영역 문제를 회로로 방어했다는 뜻으로, 공개된 스펙 기준으로 보면 0.6μm 픽셀은 그런 보완 없이는 성립하기 어려운 크기다.

작업대 위에 분해해 놓은 카메라 모듈 부품과 핀셋

2억 화소 모드는 언제 값을 하나

풀 해상도의 값어치는 디지털 크롭에서 나온다. n배로 잘라내면 남는 화소는 n²분의 1이다. 두 모드에서 같은 배율로 잘랐을 때 남는 화소를 계산하면 차이가 분명해진다.

디지털 크롭 배율 (배)2억 화소 모드에서 남는 화소 (MP)1250만 화소 모드에서 남는 화소 (MP)4K(830만 화소) 충족
120012.5양쪽 모두 충족
2503.12억 화소 모드만 충족
412.50.782억 화소 모드만 충족
83.10.20양쪽 모두 미달

2억 화소 모드는 4배로 잘라내도 1250만 화소가 남는다. 망원 렌즈 없이 디지털 확대만으로 기본 모드와 같은 해상도를 얻는다는 뜻이고, 이것이 풀 해상도의 유일하면서 확실한 쓸모다. 다만 조건이 붙는다. 크롭한 영역의 픽셀은 비닝을 거치지 않은 0.6μm 원본이므로, 빛이 충분한 야외가 아니면 늘어난 화소가 잡음으로 채워진다.

파일 크기도 조건이다. 화소가 16배면 저장 용량과 처리 시간도 그만큼 늘어난다. 연속 촬영에서 병목이 생기는 지점이 저장 장치의 순차 쓰기 속도이고, 등급 표기를 읽는 법은 마이크로SD 등급 표기를 읽는 법에 정리돼 있다.

한강공원에서 강 건너편을 향해 휴대폰을 들고 있는 20대 남성

화소 수보다 먼저 볼 숫자

스펙표에서 화소 수는 가장 크게 적히지만 가장 덜 중요한 숫자에 가깝다. 같은 2억 화소라도 0.6μm 픽셀에 1/1.3인치 센서인지, 0.56μm 픽셀에 더 작은 센서인지에 따라 수광 면적이 10% 이상 갈린다. 화소 수는 센서 면적을 픽셀 크기로 나눈 결과일 뿐이므로, 판단의 출발점은 센서 면적과 픽셀 피치여야 한다.

제조사 표기도 그대로 읽으면 곤란하다. 삼성은 갤럭시 S25 울트라의 후면 광각에 2억 화소 센서를 쓴다고 공식 스펙에 적어 두었지만, 기본 촬영 결과물은 비닝을 거친 1200만 화소다. 1억 화소 세대에도 같은 구조였다는 점은 아시아타임즈가 이미 지적한 바 있다. 스펙의 2억과 결과물의 1200만은 모순이 아니라 설계의 두 면이다.

이런 사람에게 맞는다

  • 밝은 야외에서 멀리 있는 피사체를 자주 찍는다면 — 2억 화소 모드의 2~4배 크롭이 실질적인 망원 대체가 된다. 공개 스펙 기준으로 이 구간이 고화소 센서가 값을 하는 유일한 영역이다.
  • 실내·야간 촬영 비중이 높다면 — 기본 1200만 화소 모드를 그대로 두는 편이 낫다. 화소를 올려도 수광 면적은 늘지 않고 잡음만 늘어난다.
  • 기기를 고르는 중이라면 — 화소 수 대신 센서 광학 포맷과 픽셀 피치를 비교한다. 1/1.3인치와 1/1.5인치의 면적 차이가 화소 수 2배보다 결과에 크게 작용한다.
  • 저장 공간이 빠듯하다면 — 풀 해상도 상시 촬영은 권할 만하지 않다. 필요한 장면에서만 전환하는 쪽이 용량과 처리 시간 양쪽에서 유리하다.

참고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