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 상자에 적힌 표준사용면적은 집 전체를 감당하는 면적이 아니라, 약 30㎥짜리 밀폐 시험 공간에서 20분간 최대풍량으로 돌렸을 때의 성능을 면적으로 환산한 값이다. 한국소비자원이 소비자24 비교공감으로 공개한 시험에서 8개 제품의 표준사용면적은 34.0~47.2㎡였다. 평으로 바꾸면 10.3~14.3평이다.

그래서 '30평형'이라 부르는 제품에 30평 아파트를 통째로 맡기는 발상은 성립하지 않는다. 시험은 문을 닫은 한 칸에서 최대 세기로 돌린 조건이고, 실제 거실은 문이 열려 있고 사람이 드나들고 소음 때문에 대개 약풍으로 돈다. 공개된 시험 조건 기준으로 계산을 다시 짜야 하는 이유다.

오후 햇살 속에 떠 있는 미세한 먼지 입자

표준사용면적은 어디서 나온 숫자인가

측정의 출발점은 CADR(Clean Air Delivery Rate), 즉 청정공기 공급률이다. 국내 시험에서는 분당 몇 세제곱미터의 깨끗한 공기를 만들어내는지를 ㎥/분 단위로 잰다. 소비자원 시험도 지름 0.3㎛ 미세먼지를 대상으로, 약 30㎥ 크기 공간에서 20분간 최대풍량으로 작동시킨 뒤 제거 성능을 면적으로 환산하는 방식을 썼다.

이 CADR을 면적으로 바꿀 때 국내에서 통용되는 환산 계수가 7.7이다. 렌트레 가전 가이드는 CADR 값에 7.7을 곱해 표준사용면적을 산출한다고 정리했다. 소비자원 실측치를 거꾸로 되짚으면 34.0㎡는 CADR 약 4.4㎥/분, 47.2㎡는 약 6.1㎥/분에 해당한다.

표준사용면적을 평으로 바꾸려면 3.3058로 나눈다. 그리고 한국소비자원은 실제 쓸 면적보다 1.3배 큰 제품을, 공기청정기 협회는 1.5배를 권한다. 창문과 문으로 새 오염물이 들어오고, 소음 때문에 최대풍량으로 계속 돌리지 않기 때문이다. 공개된 두 권고를 그대로 계산에 넣으면 다음과 같다.

CADR(㎥/분)표준사용면적(㎡)평 환산(평)1.3배 적용 시 감당 면적(㎡)평 환산(평)
4.433.910.326.17.9
6.147.014.236.210.9
8.061.618.647.414.3
10.077.023.359.217.9
13.0100.130.377.023.3

소비자원이 시험한 8개 제품 대부분은 표의 첫 두 줄 근처에 있다. 표기 그대로면 10평에서 14평, 1.3배 여유를 넣으면 8평에서 11평 정도의 방 하나를 감당하는 성능이다.

'30평형'에 30평 아파트를 넣으면 안 되는 이유

아파트에서 말하는 30평은 공급면적이다. 전용 84㎡ 세대가 흔히 34평으로 불리는 것처럼, 표기 평수에는 계단실과 복도 같은 주거공용면적이 들어 있다. 전용면적만 따져도 84㎡, 그중 거실과 주방이 차지하는 몫은 그보다 훨씬 작다. 평수를 그대로 성능 단위로 옮기면 어긋난다는 점은 제습기 용량을 평당 제습량으로 환산해본 글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드러난다.

여기서 더 중요한 것은 공기청정기가 시험 조건과 달리 열린 공간에서 돈다는 점이다. 방문을 다 열어둔 30평 아파트는 하나의 큰 공간이 아니라, 공기가 계속 섞이면서 새 오염이 유입되는 공간이다. 표준사용면적은 밀폐 조건의 숫자이므로 이 상태를 대변하지 못한다.

공개된 스펙 기준으로 정리하면 선택지는 둘이다. 거실 한 곳에 CADR 10㎥/분 이상, 즉 표준사용면적 77㎡ 이상급을 두고 안방 문을 닫아두거나, 거실용 한 대와 침실용 소형 한 대를 나누는 방식이다. 후자는 두 대의 표준사용면적을 단순 합산하는 계산이 아니라, 각 방을 닫은 상태에서 각각 감당하게 만드는 구성이라는 점에서 다르다.

밤에 거실 공기청정기 상단 패널에 손을 뻗는 30대 여성

표준사용면적은 문을 닫은 한 칸의 숫자다. 집 평수와 같은 단위로 적혀 있을 뿐, 같은 것을 재고 있지 않다.

표준사용면적 200㎡ 이하는 효율등급 표시 대상이다

표준사용면적은 마케팅 문구가 아니라 신고 대상 수치다. 기계설비신문전기신문에 따르면 2020년 3월부터 에너지소비효율등급 표시 대상이 표준사용면적 200㎡ 이하 공기청정기로 확대됐다. 제조·수입업자는 효율관리기자재 운용규정에 따라 공인 시험기관에서 측정받은 결과를 출고·통관 전에 한국에너지공단에 신고해야 한다. 제조사 카탈로그의 숫자와 공단 신고값이 어긋나는지 대조해볼 수 있다는 뜻이다.

등급이 갈리는 만큼 유지비도 갈린다. 소비자원 시험 결과 연간 에너지비는 8,000원에서 16,000원으로 2배, 필터 교체비는 28,900원에서 60,000원으로 2.1배 차이가 났다. 연간 CO₂ 배출량도 24kg에서 42kg으로 1.8배 벌어졌다. 필터를 1년에 한 번 교체한다고 놓고 5년치를 직접 계산하면 격차가 눈에 들어온다.

항목가장 낮은 값가장 높은 값비고
표준사용면적34.0㎡47.2㎡10.3평~14.3평
1.3배 여유 적용 시 감당 면적26.2㎡36.3㎡7.9평~11.0평
최대풍량 소음45dB(A)50dB(A)도서관~일반 대화 수준
연간 에너지비8,000원16,000원2배 차이
필터 교체비(1회)28,900원60,000원2.1배 차이
5년 유지비(직접 계산)184,500원380,000원연 1회 교체 가정

본체 가격 차이가 20만 원이라도 5년 유지비에서 19만 5,500원이 되돌아온다는 계산이 나온다. 에너지 효율 등급 표시가 왜 구매 단계에서 유효한 정보인지는 세탁기 효율등급을 연간 요금으로 환산해본 글과 같은 방식으로 확인할 수 있다.

먼지가 낀 원통형 헤파필터를 꺼내는 손 클로즈업

소음 45~50dB이 성능표에 남기는 흔적

표준사용면적은 최대풍량 기준값이다. 그런데 소비자원 시험에서 최대풍량 소음은 45~50dB(A)였다. 45dB은 조용한 사무실, 50dB은 일상 대화에 가까운 수준이라 침실에서 밤새 유지하기는 어렵다. 실사용에서 한두 단계 낮춰 돌리면 CADR도 그만큼 떨어지고, 표기 면적을 그대로 감당한다고 보기 어려워진다.

1.3배나 1.5배 여유를 두라는 권고는 이 간극을 메우기 위한 것이다. 침실에 둘 제품이라면 최대풍량 소음보다 취침 모드 소음 수치를 먼저 확인하고, 그 단계에서의 풍량이 표기돼 있는지 보는 편이 실질적이다. 필터 교체 주기는 통상 6개월에서 1년으로 안내되는데, 여유 있는 용량으로 낮은 단계에서 돌리면 그만큼 필터 부담도 분산된다.

이런 사람에게 맞고, 이런 경우는 기다려도 된다

  • 방 하나를 문 닫고 쓰는 구성이라면 표준사용면적 34~47㎡급으로 충분하다. 소비자원 시험 제품군이 이 구간이다
  • 거실 하나로 집 전체를 감당하려는 계획이라면 표준사용면적 77㎡ 이상, CADR 10㎥/분 이상을 기준선으로 두는 편이 계산에 맞는다
  • 침실 사용이 주 목적이면 최대풍량 성능보다 저소음 단계의 풍량 표기를 먼저 확인한다
  • 본체 가격 차이가 20만 원 안쪽이면 5년 유지비 격차(최대 19만 5,500원)로 상쇄될 수 있으므로 효율등급과 필터값을 함께 계산한다
  • 표기 평수만 크고 에너지공단 신고 표준사용면적을 확인할 수 없는 제품이라면 서두를 이유가 없다

옅은 안개 속에 잠긴 서울 아파트 단지 아침 풍경

참고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