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원짜리 데스크톱을 조립할 때 예산을 '균등 분배'하면 실패한다. CPU에 너무 쏟아붓고 GPU가 병목이 되거나, 파워서플라이를 아끼다 시스템 안정성이 흔들리는 일이 반복된다. 부품마다 성능 기여도와 교체 주기가 다르기 때문에, 예산 배분에는 명확한 우선순위 논리가 필요하다.
왜 예산 배분이 완성도를 결정하는가
데스크톱 PC는 단일 부품으로 성능이 결정되지 않는다. CPU, GPU, RAM, 저장장치, 파워서플라이(PSU), 메인보드, 쿨러, 케이스 — 이 여덟 가지 부품이 하나의 체인처럼 연결된다. 체인의 강도는 가장 약한 고리에 의해 결정된다는 비유가 PC 조립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고성능 CPU를 구매했더라도 GPU가 병목이면 게임 프레임은 오르지 않고, 충분한 용량의 RAM을 달았더라도 속도가 느리면 멀티태스킹에서 지연이 생긴다.
100만원이라는 예산은 국내 조립 PC 시장에서 '가성비 입문'과 '중급 성능' 사이의 경계선에 해당한다. 이 예산대에서는 모든 부품을 최신·최고 사양으로 구성하는 것이 애초에 불가능하므로, 용도에 따라 어느 부품에 무게를 실을지를 먼저 결정해야 한다. 용도가 게임 중심인지, 사무·영상 편집 중심인지, 아니면 범용인지에 따라 GPU 비중과 CPU 비중의 우선순위가 달라진다.
또한 부품별 '가격 체감 효율'도 다르다. 저장장치의 경우, 일정 수준(NVMe SSD 500GB~1TB)을 넘어서면 체감 향상이 급격히 줄어든다. 반면 GPU는 예산을 더 투입할수록 게임 프레임과 해상도 대응력이 선형에 가깝게 올라간다. 이런 부품별 수익 체감 곡선을 이해하는 것이 합리적 배분의 출발점이다.

부품별 배분 원칙 — 용도 유형으로 나누어 보기
100만원 예산을 크게 세 가지 용도 유형으로 나누면 배분 논리가 명확해진다. 게임 중심, 사무·영상 편집 중심, 그리고 범용 구성이다. 각 유형에서 예산 비중이 달라지는 핵심 축은 GPU와 CPU의 비율이다.
| 부품 | 게임 중심 비중(%) | 사무·편집 중심 비중(%) | 범용 비중(%) |
|---|---|---|---|
| GPU (그래픽카드) | 35~40 | 10~15 | 20~25 |
| CPU | 15~20 | 25~30 | 18~22 |
| 메인보드 | 10~12 | 10~12 | 10~12 |
| RAM | 8~10 | 10~12 | 9~11 |
| 저장장치 (SSD) | 7~9 | 10~12 | 8~10 |
| 파워서플라이 | 8~10 | 7~9 | 8~10 |
| CPU 쿨러 | 4~6 | 5~7 | 4~6 |
| 케이스 | 4~6 | 4~6 | 4~6 |
위 비중은 절대적인 수치가 아니라 방향성을 나타낸다. 게임 중심 구성에서 GPU에 35~40%를 투입한다는 것은 100만원 기준으로 약 35~40만원대 그래픽카드를 선택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 구간의 GPU가 해당 예산대에서 프레임 향상 효율이 가장 높기 때문이다. 반면 사무·편집 중심 구성에서는 CPU 멀티스레드 성능과 RAM 용량·속도가 체감 차이를 만들기 때문에 그 쪽으로 예산을 이동시킨다.

100만원 PC의 완성도는 어디에 쓸지 먼저 결정하는 순간 절반이 결정된다 — GPU와 CPU 중 무엇을 주축으로 삼느냐가 나머지 여섯 부품의 예산을 연쇄적으로 규정하기 때문이다.
부품별 체크포인트 — 아껴야 할 곳과 아끼면 안 되는 곳
파워서플라이는 예산을 아끼면 안 되는 대표적인 부품이다. 전체 예산의 8~10%를 파워에 투자하는 것이 원칙으로 꼽히는 이유는, PSU 품질이 시스템 안정성과 부품 수명에 직접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저가형 파워는 출력 안정성과 전력 효율이 떨어지고, 과부하 시 다른 부품을 함께 손상시킬 위험이 있다. 80PLUS 브론즈 이상 인증 제품을 기준으로 삼는 것이 일반적인 권고다. GPU와 CPU의 TDP(열설계전력) 합산치를 여유있게 커버하는 용량을 선택해야 하며, 출력이 빠듯한 파워는 오버클럭이나 피크 부하 시 불안정 요소가 된다.
반면 케이스와 CPU 쿨러는 용도와 환경에 따라 타협 가능한 부품이다. 케이스는 내부 공간과 에어플로우(공기 흐름) 구조가 쿨링에 영향을 주지만, 이 예산대에서는 4~6만원 구간의 제품으로도 충분한 통풍 설계를 갖춘 제품을 찾을 수 있다. CPU 쿨러의 경우, 오버클럭을 하지 않는 일반 사용이라면 박스 쿨러 대신 1~2만원을 추가한 서드파티 공랭 쿨러만으로도 충분한 온도 제어가 가능하다. 수랭 쿨러는 이 예산대에서 가성비 기여도가 낮다는 것이 시장의 일반적 평가다.
메인보드는 CPU 선택과 연동된다. CPU 제조사(인텔/AMD)와 세대에 따라 지원 소켓이 다르고, 보드가 지원하는 RAM 슬롯 수·속도·확장성이 중장기 업그레이드 가능성을 결정한다. 이 예산대에서 메인보드를 지나치게 저렴하게 선택하면 오버클럭 지원 제한, VRM 발열, USB·M.2 포트 수 부족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전체 예산의 10~12% 선을 유지하되, CPU와 같은 브랜드 생태계 안에서 지원 칩셋을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다.
RAM은 용량과 속도 두 축으로 평가한다. 현재 시점에서 16GB는 범용 최소 기준, 32GB는 영상 편집이나 가상화 작업의 현실적 기준으로 여겨진다. DDR5 플랫폼을 채택하면 속도 이점이 있지만, 이 예산대에서는 DDR4 고속 듀얼채널 구성이 가격 대비 효율 면에서 더 합리적인 경우가 많다. 저장장치는 NVMe SSD 1TB를 기본으로 설정하고, 여유가 생기면 용량을 늘리거나 캐시·2.5D NAND 같은 스펙 차이를 확인하는 식으로 접근한다.

조립 전 반드시 확인해야 할 호환성 체크리스트
부품을 개별적으로 선택한 뒤 가장 많이 발생하는 문제는 호환성 이슈다. 예산 배분을 아무리 잘 짜도 부품 간 호환이 맞지 않으면 추가 비용이 발생하거나 성능을 온전히 발휘할 수 없다.
- CPU 소켓 ↔ 메인보드 소켓 일치 여부: 인텔 LGA1700, LGA1851 / AMD AM4, AM5 — 세대마다 소켓이 다르다.
- RAM 규격(DDR4 / DDR5) ↔ 메인보드 지원 규격 일치: 한 세대 이내 제품도 DDR4/DDR5 혼용 불가.
- 파워서플라이 용량 ↔ GPU+CPU TDP 합산: 최소 100W 이상 여유를 두는 것이 안전하다.
- 케이스 폼팩터 ↔ 메인보드 크기(ATX/mATX/ITX): ATX 보드가 mATX 케이스에 들어가지 않는다.
- GPU 길이 ↔ 케이스 GPU 장착 가능 길이: 케이스 스펙 시트에 명시된 최대 GPU 길이 확인 필수.
- M.2 SSD 규격(2280 / 2242 등) ↔ 메인보드 M.2 슬롯 지원 규격
- CPU 쿨러 TDP 지원 ↔ CPU TDP: 쿨러의 냉각 능력이 CPU 발열을 감당할 수 있는지 확인.
- FHD(1080p) 게임 환경에서 충분한 프레임을 확보하는 GPU 선택이 가능한 구간
- NVMe SSD 1TB + 16~32GB RAM 구성으로 실사용 체감 속도가 우수
- 향후 GPU 또는 RAM 단품 업그레이드로 중기 수명 연장 가능
- 노트북 대비 동급 성능 부품을 30~40% 저렴하게 구성 가능
- QHD(1440p) 이상 고해상도 게이밍을 위한 GPU 확보가 빠듯
- 최신 플래그십 CPU·GPU는 단품만으로도 예산 전체를 초과
- 쿨링·케이스에서 타협이 필요해 장시간 부하 시 온도 관리 주의
- 파워·보드를 동시에 아끼면 안정성 리스크가 누적됨
가성비 항목(8.8)은 동급 완제품 PC 대비 동일 예산에서 확보 가능한 성능 우위를 기준으로 평가했다. 확장성(7.5)은 이 예산대 메인보드의 슬롯 수·칩셋 제약을 감안한 점수다. 안정성(7.8)은 파워·쿨러에서 타협이 발생할 경우 저하될 수 있다는 점을 반영했다. 업그레이드 효율(8.0)은 GPU·RAM 단품 교체로 성능을 점진적으로 높일 수 있다는 조립 PC의 구조적 장점을 근거로 삼았다.
이런 사람에게 맞는다 / 이런 사람은 기다려라
지금 바로 구성하기에 맞는 사람: FHD 모니터를 사용하며 AAA 타이틀을 60fps 이상으로 즐기고 싶은 게이머, 문서·웹·영상 스트리밍 중심의 사무 사용자, 기존 구형 PC를 교체하면서 예산 부담을 최소화하고 싶은 사람. 또한 노트북을 쓰다가 성능 한계를 느끼고 데스크탑 전환을 고려 중인 사람에게도 이 예산대는 합리적인 진입점이다. IT동아가 보도한 것처럼 PC 게임 시장 규모는 2025년 861억 달러에서 2026년 966억 달러로 확대될 전망이며, 이에 따라 다양한 가격대의 부품 공급도 활성화되는 흐름이어서 100만원 예산의 선택지는 오히려 넓어지는 추세다.
조금 더 기다려야 하는 사람: QHD 이상 모니터에서 게임을 즐기길 원하거나, 4K 영상 편집 작업을 주로 하는 사람은 예산을 130~150만원대로 높이는 것을 권장한다. 이 구간에서는 GPU 성능이 한 단계 올라가면서 고해상도 대응력이 크게 달라진다. 또한 최신 플랫폼(인텔 Arrow Lake, AMD Zen5 기반)의 부품 가격이 안정화되는 시점을 기다리는 것도 전략이 될 수 있다. 인텔의 아크 G3 프로세서 발표처럼 새로운 세대의 칩이 시장에 투입되면 이전 세대 부품 가격이 하락하는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